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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에 대한 생각
어릴 적 이유도 모르고 강아지에게 쫓긴 뒤로 동물을 좋아해 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무서워했었다.
그런데 방문교사 일을 하면서 50마리가 넘는 아이(반려견)들을 만나게 되었다.
무서운 친구들도 있고 금방 숨어버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어느덧 나는 강아지와 고양이와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좋아진 건 아니다.
낄 수 없는 그들의 대화
친한 동생들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른다.
반려견을 기르는 마음에 대해 많이 들었다.
내 마음에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음을 느낀다.
책임지고 돌봐주고 귀찮음을 감수하면서도 함께 하는 마음이란 뭘까.
그들의 대화에 끼는 게 어렵다.
마치 아이가 된 부모마냥 대화 속에는 반려견을 향한 걱정과 애정 어린 마음이 녹아있다.
고양이의 집인가? 동생의 집인가?
집에는 고양이 집만 7군데가 넘었다.
친한 동생이 누워잘 곳보다 고양이의 잠잘 곳이 더 많은 집에 충격을 받았다.
와, 이런게 바로 집사 모드라는 건가.
어디서든 잘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다.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샌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귀엽다는 마음과 애정은 분명 다르다.
선택하는 삶을 살 줄 안다는 건.
나는 오랜 교사 생활을 했는데도 아이들이 어렵다.
나도 모르게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오랜 습관이다.
반려견에게 낯설은 이유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 몸하나 내 마음하나 조절하지 못하는 나는 과연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보다 어린 동생들에게 언니 같음을 느끼는 건 익숙한 일이지만 오늘따라 더 어른 같아 보이는 그들이다. 그들은 선택을 받는 삶이 아니라 선택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사람에 대해서도 이렇게 편한 마음을 갖게 된 게 얼마되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은 손이 떨릴고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사람 앞에 서는 것이 무서울 때가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엔 말이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그런 순간들이 많이 줄었다는 것.
내가 던지는 마음,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마음만 보기로 했던 그 순간부터 내 삶은 좀 더 편해졌던 것 같다.
아직도 갈길이 멀게 느껴지지만 한 걸음 내딛었으니까 열 걸음 내딛는 것도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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