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가끔 무례할만큼 무시당하는 느낌을 주는 아이들을 만난다.
어릴 때는 눈물도 나고 그랬는데 요즘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찾는다.
갈 때마다 지우개와 연필을 달라는 이 아이는 처음에는 다 주었는데 정도가 지나쳤다.
하루는 연필을 달라고 해서 줬더니 다음날 연필이 없어졌다고 한자루를 더 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또 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또 없다.
그러더니 다음 날은 지우개를 달라고 한다. 자기 집에 지우개가 없다고 한다.
아주 좋은 아파트에 사는 이 아이 왜 그러는 걸까?
스티커판에만 눈독 들이던 아이가 어느 날 스티커판을 잃어버렸다.
여태컷 스티커판을 잃어버리면 다시 시작하는 게 국룰이었다.
그 기간 얼마나 주었는지 실랑이 하는 것도 어렵고 소홀히 여기지 않게 하기 위함도 있었다.
이런 아이는 처음이었다. 눈 동그랗게 뜨더니 째려보더니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호통을 친다.
분에 차오른 느낌이다.
'선생님은 이걸 해줘야 할 의무가 없어. 00이가 숙제를 잘 할 때마다 칭찬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마음을 담아서 선물을 해주는 거야, 그걸 00이가 강요하는 건 잘못된 거야. 00이가 그동안 열심히 한 걸 감안해서 선생님이 오늘 더 줄 수도 있고 다음 날 더 줄수도 있지만 그건 선생님이 결정하는 문제이지. 00이가 강요하듯이 선생님에게 소리를 지르는 건 옳지 않아'
'저는 스티커판 같은 거 사실 필요없어요' 갑자기 아이가 스티커판이 필요없다고 한다. 여태컷 울고 불고 한건 뭐지??
'그래, 너에겐 필요가 없구나. 너의 마음을 잘 몰랐다. 이젠 주지 않도록 할게'
'아니예요, 잘못했어요, 필요해요'
순간, 알았다. 이 아이 급한 아이다.
급해서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오는 아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짠했다.
자라면서 뭔가 항상 자신의 것을 자신이 챙겨야만 했나. 참을성을 기르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며칠이 지난 오늘 아이. 열심히 연습한 흔적이 보였다.
끝까지 도전했고 언제 완성이 되냐고 되묻고는 바로 수긍하는데 하루만에 달라진 모습이다.
아이가 애쓰는 모습에 나도 더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주자고 생각했다.
가끔 내 마음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
또 내가 아이들을 오해한 부분이 없나하는 생각도 한다.
오늘도 아이들의 마음하나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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