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꼭 다이어리를 구입한다. 하지만 한 번도 다이어리를 끝까지 써본 일이 없다. 주간 계획, 월간계획 같은 걸 세워봐도 어느 순간 적는 것조차 귀찮아지는 순간이 오더라. 그래도 어김없이 올해도 샀는데 결국 책장 깊은 곳에 꽂혀있는 신세다.
그러던 중 불렛 저널을 만났다.
다이어리 쓰는 내용 같은데 뭐가 이리 두꺼운가.
총 두 번을 읽었다.
불렛 저널을 직접 해보며 읽어갔는데 처음에는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다이어리 하나로 꿈을 이뤄간다니 나를 찾아간다니 허무맹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 달간 불렛저널을 시도해보며 내 다이어리가 변화하는 걸 느꼈다. 다이어리가 변했다면 나도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더없이 설레는 중이다.
불렛 저널의 시작이란 모름지기 다이어리 구입. 새로운 다이어리로 새해 느낌을 주었다. 다이어리는 예쁘고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 걸 사야 한다. 계속 열고 싶고 계속 만지고 싶은 걸로 사자.
나의 초이스는 바로 이것!
동화적이면서 들고 다니기 좋은 알맞은 크기. 나는 아직 소녀라는 진부한 주장 또한 섞여있다.
매일매일 적어보자라는 목표로 불렛 저널식 다이어리 기록을 시작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적용하고 나만의 컬렉션도 추가해갔다.
1. 색인 추가.
불렛 저널에 가장 특이한 부분이었다.
이 색인 추가라는 아이디어 덕분에 모든 메모와 기록을 다이어리 하나에 담을 수 있었다. 두 쪽을 적은 후 다음 장에 다른 내용을 적어도 색인에 페이지를 기록해두니 다이어리가 나만의 사전이 되어갔다.
처음에는 귀찮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적어두기만 하는데도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머릿속으로 기억하지 않고 마음 놓고 잊어버려도 다이어리가 대신 기억해주니 든든했다.
2. 퓨처 로그.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기록해봤다. 한 달에 한번 정도 들여다보는데 아직까지 책이 말하는 의미를 담으며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퓨처 로그-> 먼슬리 로스-> 데일리 로그를 통한 계획 실현인데 아직 퓨처 로그에 있는 것들을 다 담지 못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이뤄보겠다고 다짐한 것들,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기억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3. 읽어야 할 book list.
역시나 독서는 어려운 일이다. 불렛 저널 두 번 읽는데만 세 달이 넘게 걸렸으니 말이다. 시간을 내서 자주 읽어야겠다는 압박감을 심어주는 리스트다.
4. 습관 list.
한 달간 진행하다가 때려치웠다. 하루에 어떤 습관을 지켰는지 기록하는 챕터인데 수많은 X의 향연에 더 시무룩해지기 일쑤였다. 하고 싶은 게 많은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다음 달 한 번 더 진행해봤다. 이번엔 왼쪽엔 습관 list를 적고 오른쪽은 list 중 그날 한 것만 달력 형태로 기록했다. 생각보다 그다지 큰 동기부여가 되지 못했다. 또 습관 list는 중단되었다.
5. 데일리 로그.
가장 마음 편한 챕터이다.
책에서 최대한 축약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서 간단히 적으라고 했는데 꽤나 도움이 되었다. 간단하게 적으려고 노력하니 쓰는 게 생각보다 덜 귀찮고 일정 정리도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데일리 로그는 생각보다 유용했다.
일상생활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잘 잊히는데 쇼핑 기록, 음식점 기록, 자동차 정비기록, 드라마 시청 기록, 수업 기록, 주차 기록 등은 잊힌 기억들을 되살려 줬다.
나 같이 건망증 있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도구다.
예전 다이어리는 그런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 어떤 것은 길게 쓰고 어떤 것은 적지 않으니 구멍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의존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압축해서 그날의 모든 것을 적으려고 노력하니 믿음직스러운 기억저장 도구가 되었다.
처음엔 귀찮았지만 내가 살아간 하루가 담긴다 생각하며 빠짐없이 적고 있다.
사실 책에서 소개하는 데일리 로그는 아침에 계획을 하고 저녁에 점검하는 용도인데 처음에 그런 식으로 작성하다가 질리기 시작했다.
나는 자기 전에 옷을 고르지 않는다. 다음 날이면 꼭 마음이 바뀌기 때문이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계획한 일을 해야 한다고 하면 그게 꼭 숙제 같이 느껴지더라. 또 프리랜서이기에 정해진 일정까지 그날 수정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다.
그냥 저녁에만 기록하자.
그날의 모습을 기록하는데 초점을 맞추니 일단 두 번 기록해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서 시간도 단축되고 마음도 더 가벼워졌다. 또 숙제가 아닌 기록할 일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빈 시간에 또 무슨 일을 해볼까' 고르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6. 피아노 책 list.
사야 할 피아노 교재와 구입한 피아노 관련 서적을 기록하는 장이다.
피아노 방문레슨을 하고 있다. 시중에는 많은 피아노 서적이 끊임없이 흐른다. 그만큼 나도 도태되지 않기 위해 더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기꺼이 수용하려고 한다.
한 달에 4-5권은 사들이는데 list를 통해 관리하니 한 눈에 보여 좋다. 더 구입해야 할 책들을 인터넷 서점에서 둘러보고 계획할 때 자주 사용하는 챕터다.
7. 먼슬리 로그
두 달 해보다가 지금은 안 하고 있다.
첫 달은 빼곡히 적었는데 데일리 로그에 적었는데 먼슬리 로그에도 적는 느낌이라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다른 컬렉션도 어찌 보면 두 번적는 느낌은 같은데 이건 조금 달랐다. 다른 컬렉션들은 가시적으로 동기부여에 도움을 주어 적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 있었지만 먼슬리 로그는 유독 귀찮았다. 나에게 꼭 필요한지 자꾸만 적을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둘째 달은 한 달 일정 중 가장 중요한 항목만 적어보자고 시작했는데 한 달을 마쳤을 때 고작 5개뿐. 이 5개를 위해 두 쪽이나 사용한다는 것 또한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생각보다 월별 이벤트가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 달을 먼저 계획하기보다 즉흥적으로 약속 잡는 일이 많기에 그런 것 같다. 기껏 정했는데 일정을 지워야 하는 것도 생각보다 귀찮았다.
나중에 또 다른 활용도가 생기면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8. 보드게임 To Do list.
보드게임이 취미고 보드게임 수업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 달에 기본 4-5개는 구매하고 있다. 사고 싶은 보드게임이나 구입한 보드게임을 기록한다.
9. 마음 목록표.
책에서는 마음 목록표를 모두 불렛 저널에 담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 버리고 싶지 않아 모두 담아 보관 중이다. 나는 뭐에 관심이 있고 뭐를 하고 싶고 뭐가 마음에 들까. 찬찬히 뜯어본 일이 별로 없는데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내 삶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주기적으로 점검해본다. 내가 놓치는 나의 마음은 없는지.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10. 피아노 연습+공부 list.
지금은 가르치는 일만 하고 있지만 손가락이 굳지 않도록 훈련하려고 노력한다. 피아노 연습과정과 교수법 이론 공부 과정을 기록한다.
11. 블로그 list 정리
블로그 2개 운영하고 있다. 티스토리와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정이 밀리다 보면 뒤로 밀리기 쉬운 자기 계발 목록 중 하나다. 적어보고 싶은 이야기들과 후기들이 산더미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잊힐 수 있기에 제목을 적어두고 있다. 하나하나 포스팅하며 퀘스트를 달성해가고 있다.
12. 영어 진도 list.
영어공부는 평생의 숙제다.
끝나지 않는 숙제다.
그래도 포기할 쏘냐.
야나두도 끊이지 않고 공부하고 있고 인스타를 하면서 외국 팔로우가 많이 생기다 보니 읽기 능력을 빨리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동화 읽기도 시작했다.
영어 진도 list에는 야나두 진도와 동화 읽기 진도를 기록하고 있다.
처음에는 데일리 로그에만 적었는데 영어, 피아노, 블로그, 바이올린 등 목록별로 list를 만들어두니 내가 해나가는 과정이 한눈에 보여 기분이 좋았다. 이게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구나를 깨닫고는 열심히 기록하고 있다.
13. 자기 계발 list.
습관 list의 다른 버전이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목록별 list와는 다른 챕터다.
목록을 적고 요일을 적는 방식이다.
(예시) 영어 - 6/25, 7/1, 독서 - 8/5, 8/9
이런 기록 방식은 동기부여도 되고 한 달에 며칠을 투자했는지도 한 번에 보여서 좋았다.
현재 영어, 피아노 연습, 바이올린, 네이버 블로그, 경제도서, 그 외 도서, 티스토리 블로그, 피아노 교육이론까지 총 8개로 테이블 박스를 만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지만 지금 만들어가고 싶은 가장 중요한 습관 목록들이다.
자기 계발 list는 내가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 요즘은 무엇에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었는지 알게 해 줬다. 밸런스를 맞추고 싶은 날엔 골고루 공부를 했다. 예전에 고등학교 때 수학 30분, 국어 30분 공부하던 것처럼. 어떤 날엔 그렇게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먹고 싶은 날이 있는 법이니까.
목록별 요일 적기 버전은 요일을 채워갈수록 나의 열정도 더불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툴을 발견하게 되어 매우 기분이 좋다.
14. 바이올린 연습 기록
고등학교 졸업 후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 했는데 운전면허가 아니라 바이올린이었다.
5년 간 꾸준히 개인 교습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습해왔다. 나는 바이올린 소리가 좋다. 그 소리를 계속 듣고 내고 싶어서 바쁜 와중에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조금씩이라도 늘 수 있도록 계속 연습량을 쌓아가고 싶다.
기록은 지금도 부스터가 되어주고 있다.
15. 쇼핑 list 목록
가장 마지막에 추가한 목록이다.
작년에 산 바지가 어디 갔지?
내가 산 바지는 몇 개지?
여러 궁금증으로부터 출발한 쇼핑 list다. 사야 할 것과 산 것들을 저장할 곳이다. 아직까지는 산 것들만 채워져 있다.
1) 너무 많이 소비하지 않기 위해 2) 내가 무얼 많이 샀나 보기 위해 3) 사고 나서 잊힌 물건이 없는지 살피기 위해, 이 같은 이유들로 쓸모 있는 목록이 될 것 같아 추가하게 되었다.
설렌다.
그렇다고 적기 위해 사진 말자.
나의 불렛 저널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진화 중이다.
이 책은 한번 읽고 잊힐 책은 아닌 것 같다. 첫 번째 읽을 때와 두 번째 읽을 때가 너무 달랐으니까. 다음에 또 꺼내 봤을 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그때 내 불렛 저널은 지금과는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libr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청의 <역행자> -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반복해야 할 7단계 모델 (1) | 2022.10.20 |
---|---|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 현금흐름을 만드는 자산을 사라 (0) | 2022.09.27 |
오수영 산문집, 진부한 에세이를 읽고 (0) | 2022.03.11 |
부의 인문학 - 브라운스톤(우석) 지음 (0) | 2021.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