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시리의 포잡 이야기 - 첫번째, 부루마불 공장 아르바이트

오렌지시리 2021. 4. 2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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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용돈을 받으면 문구점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어떤 보드게임을 살까.

그렇게 2000원짜리 보드게임을 하나 둘 모으니 어느새 책장 반을 채울 만큼 많아졌다.

엄마한테 매일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조르기도 수십번이었고

다행히 내 동생이 같이 놀아줘서 너무 좋았던 어릴 적 기억.

부루마불은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보드게임이었는데 버전이 여러 개가 있었다.

 

우주여행, 세계여행, 놀이공원버전, 한국도시버전, 그리고 오려서 손수 만든 지구여행까지.

 

이사가면서 버린 게 아직까지도 후회가 된다.

내가 성인이 되어서도 보드게임을 매주 즐기는 사람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만화책과 드라마,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잠시 쉬었지만

20살이 되자마자 나에게는 제 2의 보드게임 전성기가 시작됐다.

 

대학생이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이 이렇게나 많다니.

더 놀라운 일은 20대 후반 나는 보드게임을 무척이나 많이 아는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그 친구가 바로 이 아르바이트를 소개시켜줬다.

 

제 3의 보드게임 전성기, 보드게임의 신세계를 알게 해준 친구를 만난 건 나에게 터닝포인트같은 거였다.

좋아하는 보드게임을 더 좋아할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심지어 보드게임 아르바이트까지.

 

비록 상자접는 아르바이트이지만 이렇게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온다.

코로나로 인해 갈길을 잃었을 때 뭔가를 계획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오후 일을 주로 하는 나에게 이만큼 적합한 아르바이트가 있을까 싶다.

 

오전 9시부터 1시까지, 잠으로 보낼 수 있을 시간을 이렇게 쓸 수 있는 게 좋다.

단순노동을 통해 얻는 건 생각보다 참 많다.

 

먹고 살만한 수입을 주고

아침형인간 비스무리하게 만들어주고

확보하기 힘든 생각시간을 마련해준다.

 

지금은 오후 업무가 많이 늘어나서 조금 버겁지만

오전 시간을 더 잘 활용할 자신이 생기면 그만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직은 나를 못 믿겠다.

 

잠시 머물다가는 곳이겠지만 이 아르바이트를 만난 건 천운이었던 것 같다.

 

친절하신 실장님, 이것저것 도와주는 우리 친구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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